몽유의 북쪽
몽유의 북쪽 이정원 목련은 북쪽으로 봉오리를 연다 나의 북쪽도 그처럼 간절해 북망은 아직 멀다고 북향을 피해 잠을 청하는데 꿈마저 자꾸 북쪽으로 자란다 길몽과 흉몽 사이 궁극의 모퉁이 북쪽은 순록의 땅 내 머릿속 툰드라에도 순록 떼 밤을 치받는 뿔의 각도가 단호하다 북방 기마민족의 피가 내 혈류를 타고 질주하나 봐 무릎에 피는 서릿발, 발뒤꿈치에 굽이치는 찬 기류, 곱은 손등에 얼음을 가두고도 머리는 자꾸 북으로 기운다 강파른 유목의 땅 찬 별빛 눈 덮인 오미야콘 마을의 감빛 등불을 정수리에 건다 자작나무 우듬지에 핀 설원의 문장을 읽으며 아무르, 아무르, 시베리아 열차에 오른다 바이칼호를 차창에 두르고 서늘한 이마가 지향하는 쪽 길을 잡으면 내 몸속 얼음골 지나 순록의 뿔 치켜든 바람은 끝끝내 북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