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씻는 남자 / 김륭 쌀 씻는 남자 김륭 쌀을 씻다가 달이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시커멓게 탄 밤을 밥으로 잘못 읽은 모양입니다 달은, 아무래도 몰락해버린 공산주의들을 위한 밥상머리 같습니다 쌀을 씻다가 살이 운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사내는 녹슨 수도꼭지처럼 입을 잠급니다 아내가 없다는 게 다행인 줄 모르겠..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08.12.29
남자의 꽃 / 김륭 남자의 꽃 김륭 밥을 먹는 동안 몸이 물처럼 흘렀다는 걸 몰랐더구나. 이즈음 나는 불같이 지나간 연애의 걸음걸이가 매달렸던 눈썹 위 나무의자를 치웠다. 영혼의 도색이 많이 벗겨졌더구나. 바람을 인질로 잡고 사는 게 아니었다. 발바닥이 너무 질겨 코를 파던 꽃의 배후를 알겠더구나. 길에서 태어..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08.12.25
감성돔의 복화술(復話術) / 김륭 감성돔의 복화술(復話術) 김륭 1. 당신 또한 물고기와 말을 섞은 적은 없을 거요. 깜빡 죽은 듯 잠들었을 뿐인데, 잠들기 전 배가 고팠고 잠드는 일이 밥 먹는 일보다 골치 아파진 십분전이었는지 백 년 전이었는지 살짝, 궁금했을 뿐인데 서너 통의 폰이 울었소. 여긴 푹푹 찌는데 거긴 어떠냐? 그래, 이..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08.12.25
바람의 육체 / 김륭 사진출처:네이버포토 2008 4차분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바람의 육체 김륭 몸 안에서 죽은 시간이 머리카락으로 자라 들어 올린 머리, 팔베개 할 수 없는 달의 무덤가로 훌쩍 키만 자란 바람이 울어 자꾸 울어 손발만 그려주면 사람이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당신 털썩, 주저앉아 바닥칠 수 없는 나..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