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황동규 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5.09
城北洞 비둘기 / 김광섭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城北洞 비둘기 - 김광섭[金珖燮, 1906.9.21 ~ 1977.5.23]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3.16
자화상 / 서정주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느린바람님) 自畵像 - 서정주(徐廷株 1915 ~ 2000)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2.05
沙平驛에서 / 곽재구 사진:네이버포토 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2.01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金春洙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金春洙(1922 ~ 2004)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數千 數萬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1.29
序詩 / 尹東株 序詩 - 尹東株 (1917 ~ 1945)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1917년 북간도 명동촌 출생. 연희전문 문과 졸..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1.29
木馬와 淑女 / 박인환 사진작가:마이너스의 손님 木馬와 淑女 - 朴寅煥(1926.8.15 ~ 1956.3.20)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1.26
鄕愁 / 정지용 鄕愁 정지용(鄭芝溶, 1902.5.15 ~ 1950.9.25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1.23
민간인民間人 / 김종삼 블로그와 함께한 지금까지 시창고와 시필사에 담긴 999편을 두고 이제 한 편을 더 보탠다. 民間人 - 김종삼 1947년 봄 深夜 黃海道 海州의 바다 以南과 以北의 境界線 용당浦 사공은 조심 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兒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10.01.12
사랑의 노래 / 김용택 사랑의 노래 - 김용택 나는 노래를 얻었네 저 굽이치는 저문 강물과 김나는 저 새벽 논밭이 나에게 그런 복을 주었다네 나는 노래하리 내가 사랑하는 이 작은 마을을 내가 태어나 자란 곳 내 피와 내 살과 내 뼈를 주고 내 영혼이 살아 숨쉬는 곳 내 노래는 샘물처럼 솟아나고 흐르는 물처럼 끝이 없으.. 文學의 오솔길/시창고 200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