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686

시야놀자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 41회차 (2020.10. 24) 초대시인 : 이승하 . 서연우 시진: 앞줄 왼쪽부터 본인,이성모 평론가, 이승하 교수, 서연우 시인, 이서린 시인, 최석균 시인 뒷줄 오니쪽부터 손연식 시인, 이주언 시인, 두사람 건너 배한봉 시인, 이한규 시인, 성선경 시인, 이기영 시인,옆 세사람? 1차 (노다지 횟집)이후 북새통 음악카페 (LP판 6천장)

마스크

마스크 배종환 언제 거들떠나 봤나 나도 모르게 귀한 몸이 되었다 침투못한 바이러스만큼 장사진을 치고 굽이친 긴 꼬리 내 잘못 같아 품절된 말은 할 수 없다 죽어봐야 죽는 줄 아는 세상 나를 빼고 맞설 잔꾀는 없다 나를 두고 갈등으로 들끓는 세상 코로나 위기가 기회라고 말하는 인간은 스스로 곤경에 빠진다 당신은 안전한가요 나와 함께 안전한 자유라지만 코로나 몸통과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이 경쟁하듯 생산하는 비말 떠도는 바이러스 당신의 숨소리마저 차단한다 눈짓으로 숨쉬면서 나의 끈을 불끈 동여매라 시애 2020.14호 경남 마산 출생. 2015년 계간지등단. 시집(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2020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한국시인협회 회원.

협죽도

협죽도 배종환 너는 유배지에서 왔지 바다 건너 왔지만 물 없이 여행 가방 속에서 축 늘어졌네 캄캄한 옷 속에서 타들어 가는 허공에 뻗은 발 흙이 그리웠네 제국이 멸망해도 폐허가 그리웠네 독한 목숨 부지한 세월 왕정 시대 그림에도 네가 있었고 흙담 마을 사람이 사는 곳곳마다 복사꽃처럼 때론 눈부시게 하얀 꽃술 달고 두리번거리며 수런거리며 부러트리라고 제발 꺾어 달라고 자살도 못 하는 사람 밤마다 죽음이 두려워 죽지도 못하고 흔들흔들 굴러 널브러져 독을 품고 독만 품고 한껏 부풀려진 죽음의 꽃마다 숨어든 삶의 영광 간신히 살아남아 발 디디며 독을 품은 감정을 숨기며 수천 년을 살아온 너 나에게 진하게 입맞춤해도 괜찮아요 쉿! 계간지 파란 2020 여름호 2015년 발견 신인상 등단 시집

개펄

개펄 배종환 당신이 외롭더라도 저물어 가는 노을에게 말하지 마라 흐려진 눈 짱뚱어처럼 뛰어오르고 싶어도 뛰어오르지 못한 가슴의 응어리에 대해 어정쩡한 마음이 하소연할 곳 찾는다면 나에게 털어놓고 가볍게 살아 봐라 살기 위해서 살아남으려고 얼굴을 일곱 번이나 갈아엎은 오소소한 부끄러움 온몸 붉은 버짐으로 타들어 가는 함초 사는 게 대단한 것도 힘에 부쳐 주저앉는 것도 복장 터지는 일도 당신뿐 아니다 치사한 생각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은 나에게 내동댕이치라 순식간에 밀려드는 광활한 물살로 사라지는 나처럼 풀어놓고 가면 된다 돌아서면 우리 만난 적 없는 인연만 남겠지 그 막막한 허공에서 혼자 다리를 꼬고 오래 서 있지 말라 퍼질러 앉아 울지도 말라 당신을 부축해 일으켜 줄 허공은 없다 계간 파란 2020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