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달은 고래가 낳았다; 이윤정고래 한 마리 헤엄쳐 간다/;아직 자라는 중이어서 며칠 헤엄쳐 가면 보름달 같은 어미가 있을 것이다/;좌표가 없어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고래자리/ 바뀐 별자리 찾아 구름의 속도보다 더 가볍게 바다를 건너간다;/반짝 멸치 떼 같은 별 사이로 지나간다/;배가 불룩한 반달이 초순에서 출발하여 중순을 지나간다;/산등성이 나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면/바람이 슬쩍 들어 주는 나뭇가지/지느러미가 한 뼘씩 자라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흰 구름 이불 덮고 잠든 고래 세상의 물을 끌어당겼다 놓곤 한다/별자리 사이로 사라지면 지상의 모든 입은/바깥쪽으로 더운 호흡을 전송하고 있다/싱싱한 비린내가 날 것 같기도 한 고래/4분의 3박자 동요 속을 헤엄쳐 가고 있다/둥글게 뭉쳐지는 것은 낡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잉태하는 중이다/내 눈썹 위치에서 놀고 있는 고래/제 꼬리 떠난 물길을 몸 안으로 또렷하게 새겨 넣었다/환한 분수 하나 쏘아 올리고 천천히 심해 속으로 빠져드는 고래/둥근 달이 저 우주 속으로 굴러가면 고래의 배 속에는 새 달이 자란다세상의 모든 달은 고래가 낳았다.시집<세상의 모든 달은 고래가 낳았다>2022년 파란-경북 상주 출생. 2016년「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시집<세계의 모든 달은 고래가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