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이해존 죽어 있던 치아가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부러졌다 멈춰진 식탁 위로 햇살이 번지고 유리잔에 물방울이 맺힌다 공중에 떠 있는 투망이 물속을 향해 덮쳐 오는 줄도 모르고 피가 돌지 않는 이물감을 오랫동안 혀끝으로 두드렸다 두려움과 나는 같은 자리에 서서 남아있는 시간을 달아나다 얼굴을 마주치며 밑동만 남은 뿌리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살점 그 살점도 물러지고 구멍 속으로 어둔 시간이 고인다 커다란 그물코 앞에서 갇힌 줄도 몰랐던 시간 거미줄처럼 촘촘히 눈을 뜬다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표정을 손에 쥐고 오랫동안 들다본다 2021년 봄호 1970년 충남 공주 출생.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