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의 돼지
박정남
김용옥의 딸 미루*가
돼지우리에 들어 나체로 그 돼지들과 자그마치
104 시간을 껴안고 함께 보낸 것은
돼지는 원래 더러운 동물이 아니라는 것
우리 인간이 돼지를 농장에 가두어 키우다 보니
돼지는 원래 열이 높은 데다 스트레스까지 받다보니
진흙탕이나 배설물에 몸을 문대게 된 것이라는 것
돼지도 하루에 두세 번은 샤워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돼지의 입술은 은근한 분홍이다
미루가 아니더라도
한 번 껴안고 키스라도 해 보고 싶은
아기 돼지들이 또 여럿이다
열 번 백 번 돼지 입에 돈을 물리더라도
돼지는 모른다
끝까지 돈을 모른다
알고 보면 돼지는 깨끗한 동물이다
*김미루(1981년 生):예술가, 사진작가, 일러스터레이터, 예술 코디네이터.
<시와 편견> 2020 가을호
경북 구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이팝나무 길을 가다> <명자> <꽃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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