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은 없었다 / 정하해 와온은 없었다 정하해 광목이 아니어도 스민다 이차저차, 산 것이거나 죽은 것이거나 다 매만져 모두 뻘로 돌아왔다 생의 현관을 웅성거리게 하는 저 불우의 안까지 누군가는 노을을 중계 하고 우리가 여장을 놓는 건, 몸이 헐어서가 아니라, 봉두난발 한 음절씩, 풀어내지 않고는 일어설..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4.05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 오태환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오태환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백금白金의 물소리와 청금靑金의 새소리가 맡기고 간 자리 연분홍의 떼가, 저렇게 세살장지 미닫이문에 여닫이창까지 옻칠경대 빼닫이서랍까지 죄다 열어젖혀버린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맨살로..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4.01
모과 꽃 지던 아버지의 방 / 이승예 모과 꽃 지던 아버지의 방 이승예 그의 습관은 왼쪽으로 누워 잠드는 것 문 밖 모과나무에 바람이 차다 저물도록 땅 파는 일을 하다가 그가 땅이 되던 해 모과는 땅보다 진한 향기를 풍겼다 아버지의 방에 귀를 대고 가만히 눕는다 바닥은 고요한데 온몸으로 아버지를 읽어내느라 숨이 막..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9
물속에서 눈 뜨기 / 강인한 물속에서 눈 뜨기 강인한 내 나이 여섯 살이며, 이리세무서장 관사에서의 일입니다. 작은 연못 가슴에 품은 정원이 있고 정원에서 대문 쪽으로는 시멘트 담벼락이 이웃집 계집애의 보조개와 한길의 경사를 비스듬히 부축하고 있었지요. 흙을 갈아엎은 밭이 한길까지 얼씨구절씨구 흥에 ..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7
결혼 / 신미균 결혼 신미균 베란다 밖에 꽂혀 있는 깃발이 창문을 마구 때립니다 그러다 깃대를 뱅글뱅글 돌아 꼼짝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반대로 뱅글뱅글 돌아 펄러덕거리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이리 펄럭 저리 펄럭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아랫도리가 여기저기 찢겨져 있습니다 ..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6
미조항 / 정진혁 미조항 정진혁 돌아오는 모든 날들은 방풍림 후박나무 사이를 지난다 모르는 생각을 베고 누우면 미조항 골목 어디엔가 버리고 떠나온 옛집이 있을 것 같다 오래된 마당 오래된 우물 오래된 부모 오래된 대추나무 봄에는 미조항에 가서 입 잃고 눈 잃고 길 잃기를 아름다운 생 하나 후박..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4
망원 / 이범근 망원 이범근 해변을 오래 생각한 몸엔 모서리가 없어 우리는 만날 때마다 뒹굴었네 덜컹이지 않았네 오래 부빈 살갗 아래서 떠오르는 홍매화 누구나 쓰다듬은 석불의 무릎처럼 반질해질 때까지 벌겋게 점멸하는 맥박과 함께 시드네 오래 만진 그 무엇에든 영혼이 생긴다는 걸 아이는 모..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0
리모컨이란 무엇인가 / 이현승 리모컨이란 무엇인가 이현승 나무처럼 운동력이 없는 것들은 나비나 벌을 불러들여 수분을 하지만 발 없는 말은, 발이 없어서 천리도 간다. 리모컨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리모컨을 옮긴 사람도 거기가 어딘지를 모르고 심지어는 마지막으로 리모컨을 만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20
철조망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8) / 철조망 근처의 로맨스 - 배종환의 ‘철조망’ 文學의오솔길 18분 전 수정 삭제 https://blog.naver.com/bae8320/221858625476 통계보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8) / 철조망 근처의 로맨스 - 배종환의 ‘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 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2020.03.17
초승달, 봄 / 박수현 초승달, 봄 박수현 봄볕에 마른 노랑을 한 번 더 말린다 복수초가 밀어올린 귀때기 시린 노랑 생강나무 가지에서 눈 부비는 새끼 노랑 개나리 울타리에서 여기저기 떼창하는 노랑 노랑 원복 입은 아이들이 병아리 떼를 데리고 와 종알종알 노랗게 나들이 간다 봄 햇살을 빨아대는 어린 노..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