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
이범근
해변을 오래 생각한 몸엔 모서리가 없어 우리는 만날 때마다 뒹굴었네 덜컹이지 않았네
오래 부빈 살갗 아래서
떠오르는 홍매화
누구나 쓰다듬은 석불의 무릎처럼 반질해질 때까지
벌겋게 점멸하는 맥박과 함께 시드네
오래 만진 그 무엇에든 영혼이 생긴다는 걸
아이는 모르네
손에 쥔 강돌이 산맥이었고
발목을 떨구던 물살은 외떡잎식물을 주억거리던 싸락눈이었다는 걸
민물로 씻은 몸에 소금이 잡히는 밤
구부러진 해안선까지 우리는 흘러갔네
새벽의 초병들만 멀찌감치 서서
물이 모래를, 모래가 서로를 닦아 주는 만곡彎曲을 지켜보았겠지
세계는 흑설탕이 아닐까 너는 달고, 뱉으면 시커멓다
유속이 느려지는 하류
나는 휘어졌고 당신은 눕는다
눈물은 고여 있지 못하는 몸을 알고 있다
계간『파란』2019 겨울호
2011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반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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