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교실
- 박완호
더 차가워져야만 해 슬픔의 온도를 재려면 눈물에게서 울음에게서 더
멀리 떨어져 나와야 해
사과 맛을 느끼려면 먼저 입안을 헹구듯, 흉터의 꽃을 피우려면 케케묵
은 상처 자국을 싹둑 도려내야 해
눈을 부릅뜨고 내시경처럼 속을 파고들어야 해 울컥하는 위산과다의,
자꾸 변하는 마음의 온도를 재려면 더 정밀한 눈금의 자가 필요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몸짓이 별의 운행처럼 익으면 딱딱한 꿈속을 착암
기처럼 파고 들어
마지막 경계를 뛰어넘을 때까지 한눈팔지 말고, 무덤자리 환한 꽃 피워
내야 해
시집『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서정시학 2011년
- 충북 진천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과 졸업.
1991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안의 흔들림><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아내의 문신> 등
시인축구단 ' 글발' 회원. 풍생고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