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홍시 / 박형준

폴래폴래 2011. 10. 22. 12:58

 

 

 사진:네이버포토

 

 

 

 홍시

 

                          - 박형준

 

 

 

 뒤뜰에서 홍시가

 철퍼덕철퍼덕 떨어지는 밤

 아버지 돌아가신 자리에

 아버지처럼 누워서 듣는다

 

 얇은 벽 너머

 줄 사람도 없는디

 왜 자꾸 떨어진데여

 힘없는 어머니 음성

 

 아버지처럼

 거그, 하고 불러본다

 죽겄어 묻는 어머니 말에

 응 나 죽겄어

 고개를 끄덕이던

 

 임종 가까운데

 자식 오지 않고

 뻣뻣한 사지

 이불 밖으로 나온 손

 가슴에 얹어주던 어머니

 

 큰방에 누워

 뒤뜰 홍시처럼 가슴에

 둥글게 주먹 말아 쥐고

 마을 가로질러 가는

 기차 소리 듣는다

 

 

 

 시집『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지 20011년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춤>

  동서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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