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홍시
- 박형준
뒤뜰에서 홍시가
철퍼덕철퍼덕 떨어지는 밤
아버지 돌아가신 자리에
아버지처럼 누워서 듣는다
얇은 벽 너머
줄 사람도 없는디
왜 자꾸 떨어진데여
힘없는 어머니 음성
아버지처럼
거그, 하고 불러본다
죽겄어 묻는 어머니 말에
응 나 죽겄어
고개를 끄덕이던
임종 가까운데
자식 오지 않고
뻣뻣한 사지
이불 밖으로 나온 손
가슴에 얹어주던 어머니
큰방에 누워
뒤뜰 홍시처럼 가슴에
둥글게 주먹 말아 쥐고
마을 가로질러 가는
기차 소리 듣는다
시집『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지 20011년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춤>
동서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