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소나기 / 송찬호

폴래폴래 2009. 6. 26. 13:45

 

 

 

                                                    사진:네이버포토 

 

 

 

         소나기

 

              - 송찬호

 

 

 

 도둑을 쫓다 양철 지붕 빈집에 이르렀다

 언제 사람이 살다 간 것일까

 지붕은 붉은 페인트가 반이나 벗겨진 채

 흙벽은 무너지고 문짝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저런 집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비 올 때면 양철 지붕 빗소리 요란하고

 옹색한 살림에 아이들은 많아 바람 잘 날 없었을테니

 

 그래도 말이다 오늘은 그 시끄러운 소리 한번 들어보게

 소나기 한줄금 시원하게 왔으면 좋겠다

 소나기 오면 그 옛 소나기로 왔으면 좋겠다

 

 어이 도둑놈아, 여기서 담배 한 대씩 태우고 가자

 그러고 보니 우리도 참 시끄럽게

 살았다 그렇지?

 

 까맣게 그을음 올라앉은 정짓간 천장

 거기 쓸 만한 서까래 몇 골라내면

 고요히 적막 한 채 지을 수 있겠다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문지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등단.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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