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소나기
- 송찬호
도둑을 쫓다 양철 지붕 빈집에 이르렀다
언제 사람이 살다 간 것일까
지붕은 붉은 페인트가 반이나 벗겨진 채
흙벽은 무너지고 문짝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저런 집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
비 올 때면 양철 지붕 빗소리 요란하고
옹색한 살림에 아이들은 많아 바람 잘 날 없었을테니
그래도 말이다 오늘은 그 시끄러운 소리 한번 들어보게
소나기 한줄금 시원하게 왔으면 좋겠다
소나기 오면 그 옛 소나기로 왔으면 좋겠다
어이 도둑놈아, 여기서 담배 한 대씩 태우고 가자
그러고 보니 우리도 참 시끄럽게
살았다 그렇지?
까맣게 그을음 올라앉은 정짓간 천장
거기 쓸 만한 서까래 몇 골라내면
고요히 적막 한 채 지을 수 있겠다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문지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등단.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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