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처럼 나는 깊숙하게
- 서안나
나팔꽃 덩굴엔 여자의 긴 손톱이 달려있다 호주머니 속의 꽃씨를 만지며 상처 난 당신을 생각했다 꽃은 이별의 한 방법이므로 꽃을 건너 당신에게 깃들고 싶었다 당신에게 가는 피 흘리는 길 아침에는 활짝 피고 저녁이면 나는 나를 거두어들였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발자국에 까맣게 씨가 맺혔다 맺힌다는 것은 번져가는 마음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것 염소 똥 같은 비밀들 만지작거리면 피가 배어 나왔다 호주머니처럼 나는 깊숙하게 슬퍼진다
『서정시학』2009년 여름호
- 1965년 제주 출생. 한양대 박사과정
1990년『문학과비평』등단
시집<푸른 수첩을 찢다><플롯속의 그녀들>
현대시, 다층, 시산맥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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