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조금씩 이상한 일들 1
-김경미
연필깎이로 온 부엌일 다 하는 친구가 해준 저녁밥을 먹고 온다 성찬이다 칼의 크기는 제 등에 꽂힐 깊이의 크기이다
발 헛디디자 손가락 가운데가 찢어진다 두툼한 붕대위 분홍 고무장갑 끼고 세수하자 상처 덕분에 상처 이긴 듯 저 높은 붉은 칸나꽃처럼 기쁘다
일몰 전 가진 것 다 기차로 개조해야 한다 수평선이고 지평선이고 능선이고 구름이며 나무들의 소실점 그 끝까지 다 떠나야 한다며 서성이는 그림자를 알아본다
고생대 은행잎 화석사진과 내 위벽에 찍힌 당신의 말투와 기차와 물고기와 저녁의 흔적들 겹친다 시간이 찍어준 사진첩을 가끔 혀 너머로 당신 냄새가 올라온다
그 칸나와 기차와 은행잎들과 그 냄새, 허공이 베껴가지 않도록 입 꾹 다문다
시집『고통을 달래는 순서』2009창비.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 한양대 사학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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