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생각하는 물질들 / 이장욱

폴래폴래 2009. 6. 21. 23:24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생각하는 물질들

 

                                                     - 이장욱 

 

 

 

 종이 속으로 스며든 물기가 사라지고

 휘어진 종이가 남았을 때

 

 그림자는 땅의 굴곡을 이해했다.

 마네킹은 인생을 기억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튼튼하게

 우리를 생산했다.

 

 벌린 입속의 공기들

 뚫린 귓속의 곡선들

 

 당신을 잊고

 웃고

 검은 하늘을 바라볼 때조차

 

 우리는 가득해졌다.

 그림자가 담긴 컵처럼.

 깨어지는 그림자처럼.

 

 모두 쏟아진 후에

 하나의 물질로 서 있었다.

 휘어진 채 정지한 종이와 같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아,

 하고 캄캄한 입을 벌리고 있는

 저 마네킹과 같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9년 5~6월호

 

 

 

                - 1968년 서울 출생. 고대 노문과 同 대학원 졸업

                   1994년『현대문학』신인상 당선.

                   시집<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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