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포도꽈리
- 고은강
초경을 하고
내 머릿속에
가려운 수포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엄마는 손톱 밑에 까만 물이 들도록
포도알을 먹고
포도껍질로 꽈리를 만들어서 불었다
당신이,
과자처럼 바삭거리면 좋겠어
뚝뚝 안 흘러내리면 좋겠어
나를 물들이지 않으면 좋겠어
혀가 짓물러
새어나오지 않는 발음이
초경을 하고
나는 꿈속까지 가려웠다
내가 사랑한 소녀,
사랑한 만큼 비난한 여자,
개나리 같은 계집애 얼굴
한 송이 따다가 너에게 덮어준다
엄마는 보풀보풀 지문이 일도록
포도알을 먹고
포도껍질로 꽈리를 만들어서 불었다
당신은 알맹이를 잃고
나는 알맹이가 없고
포도가 실한 날,
빈 눈망울만 버적버적
서로 눈이 맞다
잠이 든다
『서시』2009년 여름호
- 1971년 대전 출생. 상명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6년 『창비』신인시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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