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포도꽈리 / 고은강

폴래폴래 2009. 6. 21. 23:07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포도꽈리

 

                                        - 고은강 

 

 

 

 초경을 하고

 내 머릿속에

 가려운 수포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엄마는 손톱 밑에 까만 물이 들도록

 포도알을 먹고

 포도껍질로 꽈리를 만들어서 불었다

 당신이,

 과자처럼 바삭거리면 좋겠어

 뚝뚝 안 흘러내리면 좋겠어

 나를 물들이지 않으면 좋겠어

 혀가 짓물러

 새어나오지 않는 발음이

 초경을 하고

 나는 꿈속까지 가려웠다

 내가 사랑한 소녀,

 사랑한 만큼 비난한 여자,

 개나리 같은 계집애 얼굴

 한 송이 따다가 너에게 덮어준다

 엄마는 보풀보풀 지문이 일도록

 포도알을 먹고

 포도껍질로 꽈리를 만들어서 불었다

 당신은 알맹이를 잃고

 나는 알맹이가 없고

 포도가 실한 날,

 빈 눈망울만 버적버적

 서로 눈이 맞다

 잠이 든다

 

 

 

 

                『서시』2009년 여름호

 

 

 

                    - 1971년 대전 출생. 상명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6년 『창비』신인시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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