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마른꽃 / 고성만

폴래폴래 2009. 6. 22. 10:58

 

 

 

 

 

 

              마른꽃

 

                                          - 고성만 

 

 

 

 일이면 일

 자식이면 자식

 지독하게 사랑하시더니

 바람에 나뭇잎 지듯

 떨어져 누운 어머니

 

 지난 번 시골 빈집에 들러

 어찌 그리 목이 메던지요

 마당에 심으신 꽃들

 쓰러지기 전 꺽어 꽂아놓으신 꽃이

 말라가고 있었지요

 화병의 썩은 물과 함께

 슬픔도 비웠지만

 그래도 아픈 마음은

 어쩔 수 없더군요

 

 며느리밥풀꽃

 복주머니꽃 원삼족두리꽃

 함박웃음꽃 참나리꽃

 필 때는 다들 예쁘네 들여다보면서

 질 때는 다시 돌아보기 싫어하는

 어머니

 야금야금 갉아먹어

 앙상한 뼈대 우리 어머니

 

 피던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지는 날인들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잊어 버려도 잊혀지지 않는 감촉으로

 남아주세요

 코에 대어보고

 살갗에 비벼보면 상긋

 마른 풀의 향기로

 

 

 

 

             1963년 전북 부안 변산 출생.

             1998년『동서문학』등단.

             시집<올해 처음 본 나비><슬픔을 사육하다>

              국제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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