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미망 BUS
- 심보선
노선을 잃었다
버스 노선과 정치적 노선
둘 다
멸망하는 세계가 나보다 명랑하다
휴일과 섹스는 빼고
버스 맨 뒤에 앉아 버스 맨 앞을 노려본다
지금 건너는 다리는 소실점까지 길게 난 흉터 같다
그래서 좋다
차창에 기대 노루잠에 빠진다
치어 떼처럼 망막 위를 헤엄치는 빛의 산란
꿈속에서조차 나는 기적을 행하지 못한다
숨 꾹 참고 강바닥을 걸어 도강(渡江)한다
뒤돌아보면
강물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옛 애인
기적처럼 일어났던 사랑을 잃었다
꿈과 현실
둘 다
같은 고백을 여러 번 통과하며
형형색색 분광하는 생
지루함은 나의 무지개
내 그림자는 빛의 정반대
내 언어는 정반대의 정반대
버스는 갈팡질팡 달린다
그래도 좋다
- 시집『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지2008.
- 1970년 서울 출생.서울대 사회학과 同 대학원
컬럼비아 대학 사회학 박사.
1994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21세기 전망>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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