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생가
- 김경주
안은 어두워서 밖을 숨겼다
죽은 자의 입안에
쌀 한 줌을 가만히 넣어주듯이
구름은 온다
저녁이 되면
오래된 종(鍾)에서만 주르르 흘러나온다는 물처럼
자신을 넘어버린 울음은
더 이상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생가라고 한다
나 혼자 지나간 것은 아니다
그는 누구였을까
바람 밖으로 맥노리*가 울린다
죽은 자들이 다가와 종(鍾)을 핥고 있는 거다
썩은 육신에 꿈이 붐비면
삭아가는 관(棺)도 저렇게 고인 물을
죽음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일까
화장(火葬)된 구름들이 물로 흘러내리며
공중의 비문(碑文)이 된다
마지막 발짓이 허공을 헤엄쳐 갈 때
몸 안에 아무렇게나 흘러다니던
구멍 하나가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어왔을 것이다
나는 울다가 썩어버린 사람을 바람으로 본다
* 한 공간에서 주파수가 서로 다른 음의 파장을 일으켜 소리를 길고 오래가게
만드는 현상. 동양의 범종에만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 랜덤하우스
서강대 철학과 졸업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 <기담> 2008 문지.
안양예술고등학교 출강. 영화사 『고골 픽쳐스』시나리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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