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나무편지 / 박유라

폴래폴래 2009. 6. 10. 11:18

 

 

 

 

 

 

 

 

        나무편지

 

                                    - 박유라 

 

 

 

 들판에 선 나무는 주소지를 찾아

 영원히 가고 있는 편지라고 하면 어떨까

 

 어린 나무 한그루가 대문 앞에 서 있는

 오월이었네

 막 타오르기 시작한 푸른 불꽃 그때 나는

 길을 찾아 나선 연둣빛 편지 한통,

 젊은 아버지가 웃으며 햇빛 속에

 손을 흔들고 있었네

 

 길을 걷고 들을 지나

 어둠 속 눈부신 조명아래 배달된

 한 통의 봉인 된 꿈이었다가

 빗소리 오래 들리는

 아픈 여자의 잠 속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사원에서

 푸른 물고기를 기다리는 일주문이기도 했던

 

 어떤 투명함에 대한 상상

 알 수 없네 지금은

 황사 가득한 낮과 밤

 낯선 문 앞을 지나가는 중이네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잔가지만 무성해진 나무 한그루 나는

 아직 주소지에 닿지 못한 편지

 바람 불면 펄럭 펄럭

 봉인해 두었던 그리움만 쏟아낸다네

 

 

 

 

           계간「정신과 표현」2009년 5~6월

 

 

 

 

            - 1957년 부산 출생

               1987년『시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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