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빗방울에 대하여 / 나희덕

폴래폴래 2009. 6. 2. 16:53

 

 

 

 

                                                             사진:네이버포토 

 

 

          빗방울에 대하여

 

                                                            - 나희덕

 

 

 

  1

  빗방울이 구름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빗방울이 풀줄기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2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빗방울이 멀리서도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3

  새 형상의 무덤은 흙에서 날고

  사슴 형상의 무덤은 아직 풀을 뜯고 있다

  이 비에 풀은 다시 돋아날 것이다

 

  4

  나무들은 빗방울에게 냄새로 이야기한다

  숲은 향기로 소란스럽고

  오래된 나무들은 벌써 빗방울의 기억을 털고 있다

 

  5

  쓰러진 나무는 비로소 쓰러진 나무다

  오랜 직립의 삶에서 놓여난

  나무의 맨발을 빗방울이 천천히 씻기고 있다

 

  6

  빗방울은 구름의 기억을 버리고 이 숲에 왔다

  그러나 누운 뼈를 적시고

  구름과 천둥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7

  구름이 강물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죽은 영혼을 어루만진 강물이

  햇빛에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시집<야생사과>2009 창비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同 대학원 박사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조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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