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빗방울에 대하여
- 나희덕
1
빗방울이 구름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빗방울이 풀줄기를 타고 땅에 스며들어
죽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2
인디언의 무덤은
동물이나 새의 형상으로 지어졌다
빗방울이 멀리서도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3
새 형상의 무덤은 흙에서 날고
사슴 형상의 무덤은 아직 풀을 뜯고 있다
이 비에 풀은 다시 돋아날 것이다
4
나무들은 빗방울에게 냄새로 이야기한다
숲은 향기로 소란스럽고
오래된 나무들은 벌써 빗방울의 기억을 털고 있다
5
쓰러진 나무는 비로소 쓰러진 나무다
오랜 직립의 삶에서 놓여난
나무의 맨발을 빗방울이 천천히 씻기고 있다
6
빗방울은 구름의 기억을 버리고 이 숲에 왔다
그러나 누운 뼈를 적시고
구름과 천둥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7
구름이 강물의 죽음이라는 걸 인디언 마을에 와서 알았다
죽은 영혼을 어루만진 강물이
햇빛에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고 난 뒤에야
시집<야생사과>2009 창비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同 대학원 박사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조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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