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만파식적(萬波息笛)
- 남편에게
- 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에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 자리가 생기지
그 빈 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 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 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 1952년 전남 광주 출생.
서강대 영문과, 同대학원 국문과 박사.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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