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가마우지 바다
/ 천수호
짧고 어두운 순간이 휙, 지나갔다
가마우지 그림자다
내 머리 위를 스쳐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동안,
새는 내 그림자 한쪽을 찢어다가
그의 머리 위에 툭 떨어뜨린다
쭈뼛 솟구치는 머리카락,
가마우지를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금세 캄캄해진다
다시 새는 그의 몸 안쪽에서
그림자 한 조각을 꺼내 물고 난바다로 날아간다
모래 바닥에 끌리는 찢어진 그의 그림자,
그 자력(磁力)이 끈끈하다
(새와 그림자 사이,
자석을 들이댄 책받침처럼
빳빳한 수평선!)
수평선을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는다
검은 바다 한 장이 호치키스처럼
가마우지를 찰깍, 깨문다
부리까지도 깜깜한 지독한 그늘이다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명지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7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 수혜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2009.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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