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가마우지 바다 / 천수호

폴래폴래 2009. 5. 31. 20:45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가마우지 바다

 

                                          / 천수호

 

 

 

 짧고 어두운 순간이 휙, 지나갔다

 가마우지 그림자다

 

 내 머리 위를 스쳐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동안,

 새는 내 그림자 한쪽을 찢어다가

 그의 머리 위에 툭 떨어뜨린다

 

 쭈뼛 솟구치는 머리카락,

 가마우지를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금세 캄캄해진다

 

 다시 새는 그의 몸 안쪽에서

 그림자 한 조각을 꺼내 물고 난바다로 날아간다

 모래 바닥에 끌리는 찢어진 그의 그림자,

 그 자력(磁力)이 끈끈하다

 

 (새와 그림자 사이,

 자석을 들이댄 책받침처럼

 빳빳한 수평선!)

 

 수평선을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는다

 검은 바다 한 장이 호치키스처럼

 가마우지를 찰깍, 깨문다

 

 부리까지도 깜깜한 지독한 그늘이다

 

 

 

 

              -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명지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7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 수혜

                시집<아주 붉은 현기증>2009.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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