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연대기
- 조말선
그가 내 우산을 잃어버릴 때
나도 함께 잃어버렸다
그때부터 우리는 한 우산을 쓴다
그는 모르는 척
네 우산을 사 줘야 해, 라고 말하지만
나는 비를 맞으며 떠나고 있다
우산 얘기는 그만해, 라고 말하며
우리는 한 우산을 쓰고 있다
비에 젖은 손등처럼 우산이 불어난다
비 온 다음 날 꽃잎처럼 우산이 불어난다
그와 나 사이에 우산만이 남았다
우산을 잃어버렸으므로 우산만이 남았다
우산을 너무 썼으므로
잃어버린 우산은 낡아간다
우산을 중심으로 우리는 멀어져간다
우리는 우산 때문에 이별하였으므로
한 우산을 쓰고 있다
<다시올문학>2009.여름호
- 경남 김해 출생. 동아대 불문과 졸업.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대시학'등단.
2001년 제7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매우 가벼운 담론><둥근 발작>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가한 오후 / 최영미 (0) | 2009.06.03 |
|---|---|
| 빗방울에 대하여 / 나희덕 (0) | 2009.06.02 |
| 만파식적(萬波息笛) / 김승희 (0) | 2009.06.01 |
| 가마우지 바다 / 천수호 (0) | 2009.05.31 |
| 방언(方言) / 김성규 (0) | 2009.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