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영미 다시보기

폴래폴래 2009. 5. 17. 10:28

 

 

 

                                                         사진:네이버포토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 등단.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배 생각 / 안상학  (0) 2009.05.18
장미의 의미 / 전봉건  (0) 2009.05.18
좋은 술집 / 이정록  (0) 2009.05.16
눈물은 힘이 세다 / 고영  (0) 2009.05.16
사랑의 근거 / 김경미  (0) 200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