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좋은 술집 / 이정록
내 꿈 하나는 방방곡곡 문 닫은 방앗간을 헐값에 사들여서 술집을 내는 것이다 내 고향 양지편 방앗간을 1호점으로 해서 '참새와 방앗간'을 백 개 천 개쯤 여는 것이다 그 많은 주점을 하루에 한 곳씩 어질어질 돌고 돌며 술맛을 보는 것, 같은 술인데 왜 맛이 다르냐? 호통도 섞으며 주인장 어깨도 툭 쳐보는 것이다
아직도 농사를 짓는 칠순 노인들에겐 공짜 술과 안주를 올리고 가난한 농사꾼의 자식들에겐 막걸리 한주전자쯤 서비스하는 것이다 밤 열 시나 열두 시쯤에는 발동기를 한 번씩 돌려서 식어버린 가슴들을 쿵쾅 거리게도 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하라고 봉지 쌀을 나눠주는 것이다 마당엔 소도 두어 마리 매어놓고 달구지 위엔 볏가마니나 잡곡 가마니에 왕겨나 쌀겨라고 거짓 표찰도 붙여놓는 것이다
하고많은 꿈 중에 내 꿈 하나는, 오도독오도독 생쌀을 씹으며 돌아가는 서늘한 밤을 건네주고 싶은 것이다 이미 멈춰버린 가슴속 발동기에 시동을 걸어주고, 어깨 처진 사람들의 등줄기나 사타구니에 왕겨 한 줌 집어넣는 것이다 웃통을 벗어 달빛을 털기도 하고 서로의 옷에서 검불도 떼어주는 어깨동무의 밤길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다 논두렁이나 자갈길에 멈춰 서서 짐승처럼 울부짖게 하는 것이다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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