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아배 생각 / 안상학

폴래폴래 2009. 5. 18. 22:58

 

 

 

                                                            사진:네이버포토 

 

 

 

               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나?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 .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그대 무사한가><안동소주><오래된 엽서><아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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