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붉은 혀 / 최재영

폴래폴래 2009. 5. 16. 22:16

 

 

 

 

 

 

          붉은 혀    / 최재영 

 

 

 마량리* 동백 숲에 들어선다

 온 천지 꽃대궐인 듯 만개한 봄날 오후

 꽃 잎 겹겹이 바다가 접혀있어

 한 시절 격랑을 이고 숨 가쁘게 출렁인다

 동백 둥치 깊은 곳에서 물소리가 흐르고

 봄맞이 나온 노인들

 그 숲에 들어 회춘이라도 하였는지

 낯빛이 환하게 달아오른다

 주름 잡힌 눈자위 자글자글 물결이 일 때마다

 쉴 새 없이 달싹이는 혀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입 안 가득 동백을 퍼 나르느라 분주한데,

 해마다 봄을 키워 세월을 부풀렸다

 꽃 잎 같은 혀들이 육지를 왕래하느라

 마량리는 붉은 소문으로 들썩거리고

 일제히 정분이라도 난 것일까

 가슴에 연서 한 장씩 품고

 발그레해지는 맹약의 계절

 수백 그루 열락이 피고 지는 사이

 저 켠 말라비틀어진 고목에

 뜨거운 혀 한 장 돋아나는 중이다.

 

 

    *마량리 : 충남 서천군 소재, 동백군락지

 

 

 

 

           - 경기 안성 출생.

             2005년 강원일보,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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