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비상구 / 손유미

폴래폴래 2009. 5. 16. 18:02

 

 

 

 

                                                              사진:네이버포토 

 

 

 

  시와창작 2009년 상반기 신인 작품상 당선작

 

 

           비상구       / 손유미

 

 

 

 1

 

 지하철 문이 열린다

 들어오는 발보다 나가는 발이 가볍다 본능적으로

 몸을 밀고 태어나서

 밀려서 사라짐을 생각한다

 내가 더해지는 순간, 어느 한 곳에서

 빼기가 되는 이들이 있다 마주보는

 발들이 한 계단에서 원점이 되었다가 나뉜다

 

 

 2

 

 신, 발을 신다와 벗다의 차이

 사람들은 신발에서 더하기를 찾는다

 내가 까마득하게 누워 있는 옆에서

 조문객들이 숟가락을 물고 있다 입 속에

 뺄셈의 시간과 덧셈의 계획들 한 움큼

 소유와 계산은 빨리 알수록 좋다

 다른 이의 빈자리에 내가 앉게 되는 시간

 그 지속성에 대해, 때론

 공급이 수요를 넘어도 내 것이 없음을 아는 것

 내 몫을 쥐어가는 손들

 효율은

 분배 된 시간이 사라지기 전에 가치가 있다

 

 

 3

 

지하철 문이 닫힌다

 미처 타지 못한 발 뒤로

 달아나듯 계단을 오르는 발이 있다

 발들은 계산을 하는 중이다

 더하기를 셈하는 이들이

 빼기의 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어느 한 곳이 비어 있지는 않다 적확히

 원점을 채우며 걷는 발들 사이,

 비어 있는 시간의 틈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지하철이 다시 터널로 들어가고 까맣게

 입들이 더하기를 우물대며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실종   / 손유미

 

 

 

 거미는

 집을 나가지 않는다

 흔들리는 집에 매달린 검은

 남자의 얼굴, 빈 집에

 껍데기처럼 놓인

 

 거미가

 사라졌다 남자는

 길을 헤매고 있다

 지친 다리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심장 소리가 머리를 뛰게 한다

 부풀어 오르는 검은 얼굴

 

 터질 것 같아

 남자는 중얼대고 가슴을

 움켜쥔다 가늘고 긴 손이,

 바스락대는 숨이

 땅을 파고 든다

 

 남자의

 생이

 

 미치는 영향보다 큰

 마디마디 몸이

 사람들의 발끝에 남았다

 

 

 

 

                - 1986년 울산 출생.

                  명지대 문창과 4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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