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시와창작 2009년 상반기 신인 작품상 당선작
비상구 / 손유미
1
지하철 문이 열린다
들어오는 발보다 나가는 발이 가볍다 본능적으로
몸을 밀고 태어나서
밀려서 사라짐을 생각한다
내가 더해지는 순간, 어느 한 곳에서
빼기가 되는 이들이 있다 마주보는
발들이 한 계단에서 원점이 되었다가 나뉜다
2
신, 발을 신다와 벗다의 차이
사람들은 신발에서 더하기를 찾는다
내가 까마득하게 누워 있는 옆에서
조문객들이 숟가락을 물고 있다 입 속에
뺄셈의 시간과 덧셈의 계획들 한 움큼
소유와 계산은 빨리 알수록 좋다
다른 이의 빈자리에 내가 앉게 되는 시간
그 지속성에 대해, 때론
공급이 수요를 넘어도 내 것이 없음을 아는 것
내 몫을 쥐어가는 손들
효율은
분배 된 시간이 사라지기 전에 가치가 있다
3
지하철 문이 닫힌다
미처 타지 못한 발 뒤로
달아나듯 계단을 오르는 발이 있다
발들은 계산을 하는 중이다
더하기를 셈하는 이들이
빼기의 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어느 한 곳이 비어 있지는 않다 적확히
원점을 채우며 걷는 발들 사이,
비어 있는 시간의 틈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지하철이 다시 터널로 들어가고 까맣게
입들이 더하기를 우물대며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실종 / 손유미
거미는
집을 나가지 않는다
흔들리는 집에 매달린 검은
남자의 얼굴, 빈 집에
껍데기처럼 놓인
거미가
사라졌다 남자는
길을 헤매고 있다
지친 다리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심장 소리가 머리를 뛰게 한다
부풀어 오르는 검은 얼굴
터질 것 같아
남자는 중얼대고 가슴을
움켜쥔다 가늘고 긴 손이,
바스락대는 숨이
땅을 파고 든다
남자의
생이
미치는 영향보다 큰
마디마디 몸이
사람들의 발끝에 남았다
- 1986년 울산 출생.
명지대 문창과 4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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