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 김경미
잡아도 잡아도 멸하지 않는다 하여 멸치라 했다 한다
그렇다면
연보랏빛 오월의 라일락나무들도 멸치다
유월, 담벼락에 온통 줄도장 찍는 줄장미들도 멸치다
그때마다 자궁 속 다시 나오고 싶은 여자도 멸치다
그 밤마다 치마 속 다시 들어가고 싶은 남자들도 멸치다
저 파닥이는 흰구름도 빗물도 빗물 적시는 먼지도
무엇이든 다 매만진다는 세월도 추억도
다들 단도처럼 반짝대는 멸치다
당신이라는 세상, 그 수상한 것만 빼면
- 1959년 경기 부천 출생.한양대 사학과 졸업.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2005년 노작문학상 수상.
<고통을 달래는 순서>2008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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