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빈둥빈둥 늙는 집 / 마경덕

폴래폴래 2009. 5. 18. 09:50

 

 

 

                                                           사진:네이버포토 

 

 

 

     빈둥빈둥 늙는 집    / 마경덕

 

 

 

  지지난 봄, 집 앞에 들어선 연립 한 동, 분양을 알리던 현수막은 바람에 시들었다. 해를 넘겨도 팔리지 않는 집. 빈방에 어둠이 살고 있다. 빛바랜 만국기를 붙들고 집이 생각에 잠기는동안 어둠이 야금야금 집을 뜯어 먹는다. 하수구를 막고 지붕을 걷어내고 벽에 금을 긋는다. 불법 입주한 어둠은 난폭한 세입자, 뒤꼍에 모여 이곳에 뼈를 묻자고 소곤대는 소리에 벽지가 풀썩 무너져 내렸다. 빈둥빈둥 집이 늙고 5층 꼭대기로 벽돌을 져 나르던 늙은 여자는 노임을 포기하고 떠났다. 어둠이 옥탑으로 올라간 뒤 목을 뽑고 내려다보던 건달 같은 사내도 보이지 않는다. 뒤꼍으로 꽁초를 던지고 가래침을 뱉던 사내마저 치우고, 집은 덩그렇다. 마당에 그림자를 내려놓고 잠든 빈집. 창문은 서랍처럼 닫혀있다.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신발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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