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강*에서 / 이금미
이 곳에서는 아무도
눈물의 깊이를 재려 하지 않았다
파르르 떨리는 호수의 속눈썹
잔주름에 늙어가는 그 눈자위를
가는 빗속에서 쓸쓸하게 들여다보거나
실밥 하나 없이 풀리는 안개의 흐릿한 상처를
마른기침 쿨럭이며 바라보는 일뿐
이 세상 눈물들이 사는 집을 보았다
맷돌로도 눌러지지 않은 그리움들이
물안개로 피어나는 둑방길 걸으면
데칼코마니처럼 접혔다가 펴지는
호수의 푸른 실핏줄들이여
삶이 한 번 접혔다 힘들게 펴지며
흐느끼는 울음 우울하게 번져가는 살강
낡은 탁자 위 시집 살피 속
압화처럼 눌러진 숨 막히는 그리움들이
투박한 커피잔 속 설탕으로 녹아들 때
쓸쓸하게 저물어가는 살강에서
내 외로움들은 도자기처럼 몸을 웅크리며
곱게 빚어져 가고 있었지
그리워하기엔 너무 늦은 살강엔
잊혀지기에 더욱 늦은 비가 내리고
나는 호숫가 옆 빛바랜 의자에 앉아
몇 방울 쉼표로 출렁거리던 물살들이
하나씩 켜지는 살강의 등불에
서글프게 눈뜨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았지
* 살강 : 경남 함양군 지곡면 덕암마을 뒤 덕암저수지 옆에 위치한 찻집 이름.
* 살강의 뜻 : 그릇 따위를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 벽에 드린 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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