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반달 / 이정록

폴래폴래 2009. 5. 21. 15:03

 

 

 

                                                  사진:네이버포토 

 

 

          반달     /  이정록

 

 

 

 이사를 가야 한다

 

 해 짧은 겨울 저녁

 지붕 위에

 식구들 운동화를 빨아 널었다

 

 저도 가고 싶었나

 뒤꿈치 쪽에 반달 하나씩

 얼음으로 웅크리고 있다

 

 날 밝으면 같이 가자

 안방 아랫목에 신문지 요를 깔아주자

 스르르, 오줌까지 싸버렸다

 

 젖은 몸에

 시장기나 앉히고 길마중 나갔나

 울상이 된 신문지 위에

 생고구마 껍질이 놓여 있다

 

 고구마 껍질에도

 눈길 위에도, 새벽

 달빛이 서려 있다

 

 저도 따라가려고

 고구마 한 조각,

 앞산 위에 떠 있다

 

 

 

 

 

           - 1964년 충남 홍성 출생.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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