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덩굴은 고집이 세다 / 마경덕

폴래폴래 2009. 5. 22. 00:25

 

 

 

 

 

 

 

 

           덩굴은 고집이 세다           / 마경덕 

 

 

 

  허공에 쑥, 손가락을 집어넣는 호박덩굴

  가늘고 푸른 손가락이 둘둘 허공을 감아쥐고

  하늘을 팽팽이 끌어당긴다

  스스로 길이 되는 덩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기댈 곳을 찾는 여린 호박순

  당겨보면 벋지르며 살아온 힘이 있다

  줄기가 뚝뚝 잘려나가도

  거머쥔 손을 풀지 않는다

 

  구부리면 휘어지는 만만한 것들

  어깨와 어깨를 엮어 스크럼을 짠다

 

  그 여린 것들이,

  담벼락에 올라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꾸역꾸역 벽을 먹어 치운다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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