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슬픈 까페의 노래 / 최영미

폴래폴래 2009. 5. 17. 10:47

 

 

 

                                                           사진:네이버포토 

 

 

 

     슬픈 까페의 노래     / 최영미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 듯하다

 이 까페 이 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자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도 낯익구나

 

 어느 놈하고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쩍은 욕망에 꽃을 달아줬던 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 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 척

 밤 새워 날 세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놈 없는 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어쩌면 ……

 부끄럽다 두렵다 이 까페 이 자리는

 내 姦飮의 목격자

 

 

 

 

 

              - 1961년 서울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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