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는 / 김선우

폴래폴래 2009. 4. 18. 09:08

   

 

 

 

 

 

 

  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   / 김선우 

 

 

  비 그친 후 세상은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해요

 

  간밤 바람 소리 솎으며 내 날개를 빗기던 이 누구?

 큰 파도 닥칠까 봐 뜬눈으로 내 옆을 지킨 언덕 있었

 죠 날이 밝자 언덕은 우렁 각시처럼 사라졌죠, 아니

 죠, 쓰러졌죠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해요 비 그친 후 세상은

  하루의 반성은 덧없고 속죄의 포즈 세련되지만

  찰기가 사라졌어요 그러니 안녕, 나는 반성하지 않

 고 갈 거예요 뾰족한 것들 위에서 악착같이 손 내밀

 래요 접붙이듯 날개를 납작 내려놓을래요

 

  수 세기의 겨울이 쌓여 이룬 가을 봄 여름이에요

 비 그친 후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한

 

  사랑이여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 울어요

  이 빛으로 감옥을 짤래요 쓰러진 당신 위에 은빛

 감옥을 덮을래요

 

  나는 울어줄 손이 없으니

  당신의 감옥으로 이감 가듯 온몸의 감옥을 접붙일

 래요

 

 

 

 

 

             - 1970년 강릉 출생. 1996년 창비 겨울호 등단.

                현대문학상 수상, '시힘'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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