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이름 부르기 / 마종기

폴래폴래 2009. 4. 15. 10:53

 

 

 

 

                                                        사진:네이버포토 

 

 

 

               이름 부르기       / 마종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 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시집<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지,2006.

 

 

 

              - 1939년 일본 도쿄 출생. 연세대 의과대학, 서울대 대학원 졸업 후 도미.

                 1959년 현대문학 추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미주문학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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