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누에 / 나희덕

폴래폴래 2009. 4. 10. 11:11

 

 

 

 

 

 

                 누에     / 나희덕 

 

 

 세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온다

 

 이제 보니 자매가 아니다

 꼽추인 어미를 가운데 두고

 두 딸은 키가 훌쩍 크다

 어미는 얼마나 작은지 누에 같다

 제 몸의 이천 배나 되는 실을

 뽑아낸다는 누에,

 저 등에 짊어진 혹에서

 비단실 두 가닥 풀려나온 걸까

 비단실 두 가닥이

 이제 빈 누에고치를 감싸고 있다

 

 그 비단실에

 내 몸도 휘감겨 따라가면서

 나는 만삭의 배를 가만히 쓸어안는다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동대학원 박사.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현대문학상 수상. 조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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