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해동기 / 위선환

폴래폴래 2009. 4. 6. 21:56

 

 

 

 

                                                사진: 네이버포토갤러리 

 

 

 

   해동기         / 위선환

 

 

  기러기 몇 마리가 한 줄로 날아서 임진강을 내려왔다

 

  기러기들의 아랫배가 강바닥에 스치고 닿았다 강바닥에서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놀 들고 전신이 물들자 여자는 말없이 누워주었다

  훌훌 벗더니 제 몸 위로 강을 끌어올리고는 얇다랗게 말갛게 유리판같이 얼었다

  여자는 가린 것 없이 들여다보였지만

  어떡할까,

  나는

  망설이다 말았다

  내가 다 벗고, 맨살로, 놀빛 비낀 겨울강의 살얼음판 위에 엎드릴 것인가

 

  강이 녹고 여자도 녹아서 흠뻑 젖을 무렵 햇살 환한 날 다시 찾아가서, 무겁고 울퉁불퉁한 내 몸을 보여주고

  한 번 더 누워주겠느냐고 물어보려 한다

 

 

 

 

 

             -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등단

                1970년 이후 30년간 시창작 중단

                2001년 현대시 9월호 시 발표

                 시집<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2001년>

                        <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2003년>

                        <새떼를 베끼다 2007년>

                2008년 현대시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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