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네이버포토갤러리
해동기 / 위선환
기러기 몇 마리가 한 줄로 날아서 임진강을 내려왔다
기러기들의 아랫배가 강바닥에 스치고 닿았다 강바닥에서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놀 들고 전신이 물들자 여자는 말없이 누워주었다
훌훌 벗더니 제 몸 위로 강을 끌어올리고는 얇다랗게 말갛게 유리판같이 얼었다
여자는 가린 것 없이 들여다보였지만
어떡할까,
나는
망설이다 말았다
내가 다 벗고, 맨살로, 놀빛 비낀 겨울강의 살얼음판 위에 엎드릴 것인가
강이 녹고 여자도 녹아서 흠뻑 젖을 무렵 햇살 환한 날 다시 찾아가서, 무겁고 울퉁불퉁한 내 몸을 보여주고
한 번 더 누워주겠느냐고 물어보려 한다
-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1960년 용아문학상 수상, 등단
1970년 이후 30년간 시창작 중단
2001년 현대시 9월호 시 발표
시집<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2001년>
<눈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2003년>
<새떼를 베끼다 2007년>
2008년 현대시 작품상 수상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실營實 / 김신용 (0) | 2009.04.08 |
|---|---|
| 치자꽃 설화 / 박규리 (0) | 2009.04.07 |
| 無題 / 박재삼 (0) | 2009.04.05 |
| 꽃 피는 철공소 / 백상웅 (0) | 2009.04.02 |
| 천마총 놀이터 / 박준 (0) | 2009.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