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꽃 피는 철공소 / 백상웅

폴래폴래 2009. 4. 2. 21:42

 

 

 

 

 

 

       꽃 피는 철공소       / 백상웅 

 

 

 

 철공소 입구 자목련은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망치질 소리가 앞마당에 울려퍼지면요

 목련나무 우듬지에 남은 살얼음에 쨍 하고 금이 가요

 내 친구 스물일 살은 강철을 얇게 펴서 봄볕에 달구죠

 

 한 잎 한 잎, 끝을 얌전하게 오므려 묶어서

 한 송이 두 송이, 용접봉 푸른 불꽃으로 가지에 붙여요

 

 내 친구 스물일곱 살의 팔뚝에도 꽃이 벙글거려요

 팔목에 힘을 줄 때마다 자목련꽃이 팽팽하게 열리죠

 자색 화상 위에 푸른 실핏줄이 돋아나요

 그걸 보고 여자들이 봄날처럼 떠나기만 했대요

 

 용접봉을 손아귀에 쥔 내 친구 스물일곱 살

 오늘은 철공소 마당에서 철목련을 매달아요

 가지마다 목련꽃이 벌어져서 햇볕을 뿜어대죠

 

 꽃 핀 철문은 허공에 경첩을 달고 식어가고 있고요

 밤에는 하늘에다 꽃잎을 붙이느라 잠도 못 자요

 

 

 

 

 

 

          - 1981년 여수 출생. 우석대 문창과 재학중.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창비 제8회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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