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목 / 백상웅
광목으로 옷을 만들어 시집을 왔다는
어머니의 말, 각목으로 알아듣고는
나는 옹이가 빠져 구멍이 난 저고리를
생각했다, 그땐 각목이 귀했을지도 몰라
옆집 창고에서 빌려왔을지도 몰라
각목을 절구에 찧어서 질긴 실을 뽑아냈을지도
몰라, 생각하면서 나무 속을 기어다니는
딱딱하고 팍팍한 누에 한 마리를 떠올렸다
각목을 광목으로 바로 알게 된 후에도
나는 누에게 각목 속에 터널을 뚫는다고
믿었다, 다리 부러진 의자가 되면서도
젖은 밭이랑에 박혀 서서히 삭아가면서도
때리는 놈의 손아귀에 붙잡혀서도
널따란 천을 짜고 싶어할 각목을 떠올렸다
어머니 같으면서도 때론 아버지 같은
각목에 녹슨 못을 박아 바지랑대를 만든다
물레를 돌리다가 두꺼운 주름을 쿵쿵 접을
누에, 각목을 길게 뻗어 빨랫줄을 치켜올렸다
지금 각목은 광목처럼 펄럭이고 싶은 것일까
말라서 주름진, 이제 쉽게 부러질 것 같은
각목, 나는 각목으로 광목같이 펼쳐진
눈 내린 들판을 후려칠 수 있을까
- 1981년 여수 출생. 우석대 문창과 재학중.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창비 제8회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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