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족(雁足) * / 마경덕
울음을 받아먹은 갯벌이 질척하다. 마른 갈대밭이 시베리아에서 날아
든 울음을 하늘로 띄운다. 지난가을 갈대보자기에 싸둔 울음이 V자로
되돌아간다. 허공을 헤집는 발목. 가도 가도 디딜 데 없는 사만 킬로 허
공,
평생을 떠도는 저 노숙(露宿)의 발
기러기는 발로 운다
발가락을 들여다보면 바람이 할퀸 흉터가 있다
목기러기를 들고 온 젊은 남자를 앞세우고
여자의 몸에서 맨 먼저 뒤꿈치가 터졌다
빈 갈대밭이 울고
가야금에 사는 열두 마리 기러기가 운다
밤새 현을 붙들고 잘린 발목이 운다
문갑 위 나무기러기 한 쌍도 기럭기럭 운다
서울역, 목발을 짚은 떠돌이 사내
절뚝절뚝 운다
뻘물 든 발가락이 몸을 젓는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의 악기 줄을 떠받치는 받침대. 기러기발 모양
으로 생겼다.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신발론>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직소폭포 / 안도현 (0) | 2009.04.05 |
|---|---|
| 감촉여행 / 함민복 (0) | 2009.04.03 |
| 각목 / 백상웅 (0) | 2009.04.02 |
| 탑 / 박준 (0) | 2009.04.01 |
| 폐 가 / 함민복 (0) | 2009.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