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안족(雁足)* / 마경덕

폴래폴래 2009. 4. 2. 23:27

 

 

 

 

 

 

             안족(雁足) *       / 마경덕 

 

 

 

  울음을 받아먹은 갯벌이 질척하다. 마른 갈대밭이 시베리아에서 날아

 든 울음을 하늘로 띄운다. 지난가을 갈대보자기에 싸둔 울음이 V자로

 되돌아간다. 허공을 헤집는 발목. 가도 가도 디딜 데 없는 사만 킬로 허

 공,

 

  평생을 떠도는 저 노숙(露宿)의 발

 

  기러기는 발로 운다

  발가락을 들여다보면 바람이 할퀸 흉터가 있다

 

  목기러기를 들고 온 젊은 남자를 앞세우고

  여자의 몸에서 맨 먼저 뒤꿈치가 터졌다

 

  빈 갈대밭이 울고

  가야금에 사는 열두 마리 기러기가 운다

  밤새 현을 붙들고 잘린 발목이 운다

  문갑 위 나무기러기 한 쌍도 기럭기럭 운다

 

  서울역, 목발을 짚은 떠돌이 사내

  절뚝절뚝 운다

  뻘물 든 발가락이 몸을 젓는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의 악기 줄을 떠받치는 받침대. 기러기발 모양

     으로 생겼다.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신발론>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소폭포 / 안도현  (0) 2009.04.05
감촉여행 / 함민복  (0) 2009.04.03
각목 / 백상웅  (0) 2009.04.02
탑 / 박준  (0) 2009.04.01
폐 가 / 함민복  (0) 200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