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베드타임 스토리 / 김민서

폴래폴래 2009. 3. 31. 10:36

 

 

 

 

                                            사진출처:네이버포토갤러리 

 

 

 

          베드타임 스토리    / 김민서

 

 

 

 물속에 잠든 산이 고요하다

 고수레를 하듯 떡밥을 풀고

 바늘에 꿰인 구더기를 던지자

 산등성이에서 곤히 자던 별들이 진저리를 친다

 

 산을 흔들며 다가온 물고기들

 입질만 하다 돌아가고

 작은 흔들림에도 소스라쳐

 낚아챈 낚싯대에 물비늘만 파닥거린다

 

 고기는 온다고

 자넘이 참붕어가 퍼덕이며 온다고

 물속의 산 속으로 미끼를 던지지만

 물의 살점만 뜯어 돌아온 빈 바늘들

 상처를 여미는 가슴에서 물음표로 흔들린다

 

 새벽이슬에 젖은 별들이

 야광찌를 물고

 하나둘 날아오를 때까지

 물 위에 떠 있는 이지러진 얼굴

 수시로 확인할 때

 강을 베고 누운 이마 위에는

 매듭 풀린 바람의 차가운 손이 얹히고

 부르튼 입술은 또 하루를 입질한다

 

 

 

 

          情夫들          / 김민서

 

 

 

 '사랑의 기술' 한 체위 배워보려고

 급한 대로 소파에 누워 동침했던

 사내에게 나는 농락당했다

 '모국어의 속살'을 사랑한

 사내가 있어 나는 그가

 헤집어 놓은 속살을 애무하며

 밤낮으로 몸이 달았더니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고

 위로해주는 사내도 있었다

 

 뭇 사내들의 장작 같은 허벅지

 더듬으며 현란한 혀가 흘려놓은

 페로몬의 행간을 따라

 밤 마실 가는 일 잦았고

 그런 날은 소처럼

 생각의 풀을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나, 말씀이 멀고

 공허가 어깨 위에서 뻐근한데

 글자들이 교묘히 비껴간 자리에

 보인다

 뼈도 없고 머리도 꼬리도

 분명치 않은 채

 우글거리는 구더기 떼

 어지러워라!

 내 욕망이 기어 다닌 몸 자국들

 

 

 

                 -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재학중.

                    2008년 '시작'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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