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저린 사랑 / 정끝별

폴래폴래 2009. 3. 18. 21:21

 

 

 

 

 

 

 

                 저린 사랑   / 정끝별 

 

 

 

 당신 오른팔을 베고 자는 내내

 

 내 몸을 지탱하려는 내 왼팔이 저리다

 

 딸 머리를 오른팔에 누이고 자는 내내

 

 딸 몸을 받아내는 내 오른팔이 저리다

 

 제 몸을 지탱하려는 딸의 왼팔도 저렸을까

 

 

 

 몸 위에 몸을 내리고

 

 내린 몸을 몸으로 지탱하며

 

 팔베게 돌이 되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당신 잠에

 

 내 비명이 닿지 않도록

 

 내 숨소리를 죽이며

 

 

 

 저린 두 몸이

 

 서로에게 밑간이 되도록

 

 잠들기까지 그렇게

 

 절여지는 두 몸

 

 저런, 저릴 팔이 없는

 

 

 

 

 

 

                   - 1964년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 등단. 1994년 동아일보 평론 당선.

                     시집<와락><삼천갑자 복사빛>. 명지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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