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봄 / 이성부

폴래폴래 2009. 3. 17. 10:24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1942년 광주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1년 현대문학 등단. 현대문학상,한국문학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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