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이별 후의 이별 1 / 장석원

폴래폴래 2009. 3. 16. 14:33

 

 

 

 

                                               사진출처:네이버포토 

 

 

 

 

             이별 후의 이별 1            / 장석원

 

 

 

 나는 또 먹히겠지만

 당신은 이별하는 일에 몰두하여

 당신의 신체를 내 몸에서 빼내려 하고

 당신의 결정이 옳다고 믿는 나는

 이별 때문에 이별을

 고통 때문에 고통을

 슬픔 때문에 슬픔을 느낄 수 없네

 

 당신은 나를 아낌없이 사용했지만

 사랑 후에도 당신은

 나의 흔적을 가지지 않았기에

 이 차가운 영혼은 부활을 알지 못하고

 당신이 몸에서 단도처럼 뽑아낸, 너를 사랑해

 때문에 뱀의 혀처럼 갈라진 나는

 마른 늪으로 변해버렸네

 

 

 

 

           시 작 노 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다. 나는 나 자신을 망실하려는 듯이 살아왔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벗은 나무들, 얼어붙은 사랑, 기억을 더듬을 수 없다.

         허리숙여 동전을 주울 때,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리라. 사랑 후 이별이 찾

         아왔을 때, 내 안의 당신은 온 생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곳에서의 생도

         곧 끝나가리라. 다른 모든 사랑은 이제 소멸하리라. 당신과 이별해야 한다.

         언어를, 언어의 몸을 바꿀 때가 왔다.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

                               2002년 대한매일(서울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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