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슬픔을 본다 / 정영선
마른 미역이 물에 잠기면 뻣뻣하게 굳은 몸을 푸는 것을볼 수 있다 단단하게 잠근 마음을 헤쳐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바다 비린내를 풍기며 철썩이는 파도 자락이 허리춤에서 빠져나온다 갈피 속에 밴 갈매기 울음도 끼룩 소리를 낸다 모래알들로 지녀온 바다꿈을 털어낸다 부엌은 바다로 넘실댄다 육지의 햇살이 풀어놓은 햇빛바다에 잠겨 졸음의 물살에 깊이 떠밀렸던 기억을 살려낸다 하얗게 소금을 내뱉으며 실어증에 빠진, 입혀주는 대로 바람을 껴입고 건어물전에 누웠던 설움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그 몸을 넘나들던 바다에의 기억이 수돗물 아래서 출렁인다 응어리들을 해변으로 왕왕 몰고와 패대기치던 기억 속의 바다를 만나는 걸까 무표정한 바람옷을 입고 세상을 견딘 미역처럼 나는 어떤 눈빛 속으로 침몰하지 않기 위해 때때로 스스로를 건조시킬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연민으로 출렁이는 바다, 푸르게 살아나는 바다이고 싶었다
- 부산 출생. 이대 영문과 졸업.
1995년 '현대시학'등단.
시집<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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