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내 / 문정희
불꽃놀이가 있던 밤 극장 앞에서
그의 아내를 보았다
그녀의 목에 가느다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어느 생일날 그가 걸어준 것인 듯
아니면 첫아이를 낳은 날이거나
부부싸움 끝에?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병석에서 그의 어머니가 일어난 날
오랜 간호의 수고를 감사하며 함께 산 것일지도
바닷가 조가비에 오묘히 그의 무늬를 보았다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사소한 시간을 으깨어 만든 무늬를
물론 나는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먼 곳에서 온 사람
가령 낭만적인 재미를 위해
그와 나 사이에다 돌연하고도 아름다운
무슨 추측을 가해 본다 해도
그날 밤 그의 아내를 보자마자
우리의 것은 멜로이거나 바람이거나
할 수 없이 불륜이었다
그에게 반듯한 저 양복을 골라 입히고
뒤쪽에 키를 낮추고 서 있는 그의 아내
아무것도 아닌 주춧돌처럼 수수한 여자
그날 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녀를 대번에 알아보았다
-시집<나는 문이다>
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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