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그의 아내 / 문정희

폴래폴래 2009. 2. 20. 21:27

 

 

 

 

 

 

 

                 그의 아내       / 문정희 

 

 

 

 불꽃놀이가 있던 밤 극장 앞에서

 그의 아내를 보았다

 그녀의 목에 가느다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어느 생일날 그가 걸어준 것인 듯

 아니면 첫아이를 낳은 날이거나

 부부싸움 끝에?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병석에서 그의 어머니가 일어난 날

 오랜 간호의 수고를 감사하며 함께 산 것일지도

 바닷가 조가비에 오묘히 그의 무늬를 보았다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사소한 시간을 으깨어 만든 무늬를

 물론 나는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먼 곳에서 온 사람

 가령 낭만적인 재미를 위해

 그와 나 사이에다 돌연하고도 아름다운

 무슨 추측을 가해 본다 해도

 그날 밤 그의 아내를 보자마자

 우리의 것은 멜로이거나 바람이거나

 할 수 없이 불륜이었다

 그에게 반듯한 저 양복을 골라 입히고

 뒤쪽에 키를 낮추고 서 있는 그의 아내

 아무것도 아닌 주춧돌처럼 수수한 여자

 그날 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녀를 대번에 알아보았다

 

 

 

                      -시집<나는 문이다>

                       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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