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이름이 佛堂골이라는 / 홍신선

폴래폴래 2009. 2. 13. 08:57

 

 

 

 

 

 

          이름이 佛堂골이라는         / 홍신선 

 

 

 

이름이 佛堂골이라는

오래 전에 절 뜬

내 시골마을이기도 한 산골짝엘 갔습니다

진압복에 방패든 전경들처럼 쇠뜨기풀들이

무더기 무더기 외곽으로 投入된

공터에는

꼭 바늘귀만한 꽃다지꽃들이 냉이꽃들이

졸아들고 모지라지다 못해

실낱 같은 심지뿐인

노랗고 흰 연등들을

수도없이 들고나와 人山人海를 이룬 것을 보았습니다.

 

아니, 미천한 풀꽃들일수록 제각기 대운동장인 마음을

내면에 가만히

닦아가지고 숨긴 게 보였습니다.

 

말이 있을 때마다

말보다는 소리없이 제 뼈에다 금을 긋는

하찮은 돌도

우주도

탐, 진, 치도

一切가

마음 속에 있어서 마음 맨밑바닥이 훌렁 빠지도록

그 안에서

쿵쾅쿵쾅 뛰고 달리고 뒹구는 것을 보았습니다.

 

허허 참

마음이 있으면

너 어디 보여주려므나

문득 내려오다 뒤돌아본 하늘에는

섬유가 올올이 삭은 천처럼

너덜너덜

고함 한 폭 펄럭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래 전

혼 뜬 절 한 채

그냥 거기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칠성각도 대웅전도

죄다 버리고

자유롭게 뜬.

 

 

 

           - 1944년 경기 화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문학박사.

              1965년 '시문학'등단. 동국대 국문과 교수.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경기도문화상 등 수상.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의 슬픔을 본다 / 정영선  (0) 2009.02.16
가랑잎 사랑 / 정영선  (0) 2009.02.16
새조개 / 장성호  (0) 2009.02.12
길 / 이윤학  (0) 2009.02.11
마당에 배를 매다 / 장석남  (0) 2009.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