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이윤학
리어카 위에 꽃상여를 올려놓고
밀고 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비상등을 켜고
중앙선을 넘어
그들을 앞지른다
평생을 열매 만드는 공장,
과수원이 옆으로 펼쳐진다
물 속처럼 드러나는 하늘을
룸밀러를 통해 쳐다본다
나는 지금,
어디로 밀려가고 있는가
뒷좌석 뒷유리 밑에서
바람이,
책장을 찢어발기고 있다
이제 나에게는
길에서 혼자 죽을 수 있는
독단도 남지 않았다
내가 달리는 속력을 앞질러 가는
내 생의 무지한 조급함과 언제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을까
급브레이크를 밟은 타이어 자국이
내 흐릿한 의식 속에 휘어진,
두 줄의 검은 혓바닥을 쳐넣는다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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