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길 / 이윤학

폴래폴래 2009. 2. 11. 09:28

 

 

 

 

 

 

 

               길      / 이윤학 

 

 

리어카 위에 꽃상여를 올려놓고

밀고 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비상등을 켜고

중앙선을 넘어

그들을 앞지른다

 

평생을 열매 만드는 공장,

과수원이 옆으로 펼쳐진다

물 속처럼 드러나는 하늘을

룸밀러를 통해 쳐다본다

 

나는 지금,

어디로 밀려가고 있는가

 

뒷좌석 뒷유리 밑에서

바람이,

책장을 찢어발기고 있다

 

이제 나에게는

길에서 혼자 죽을 수 있는

독단도 남지 않았다

 

내가 달리는 속력을 앞질러 가는

내 생의 무지한 조급함과 언제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을까

 

급브레이크를 밟은 타이어 자국이

내 흐릿한 의식 속에 휘어진,

두 줄의 검은 혓바닥을 쳐넣는다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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